삼십 대의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지금 그때를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서툴고 어려운 것 투성이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은 지금도 여전히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그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어째서일까 라는 질문을 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걸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언젠가부터 항상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이 책을 만나게 된 것도 어른의 중력이라는 제목에 이끌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쿼터 라이프라는 시기의 발달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상담을 시작한 후로 같은 상황의 내담자들, 즉 쿼터 라이퍼를 보면서 그들의 끝없이 도약하려 애쓰지만 발도 떼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안, 불만, 방황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네 명의 내담자와 진행한 심리 치료 사례를 통해 서로 다른 쿼터 라이퍼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고유한 인생 여정을 개척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쿼터 라이프 발 달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온전한 자신을, 내면과 외면이 일치하는 삶을 경험하는 것이며, 성장의 네 기둥이라 정의하는 발달 작업을 인지하고 성취해내는 것이다. 성장의 네 기둥인 분리, 경청, 구축, 통합은 발달을 위한 이정표와 같아서 단계 별러 완수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전방위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쿼터 라이프 발달에서 대학, 직업, 결혼, 자가, 양육, 경제력 같은 외적인 성취만을 강조하고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근본적인 과정을 무시한다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자기 자신을 탐색하는 여정은 복잡하고 특별하다. 책에서 소개한 유형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온전한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을 떠나야 한다. 끝없는 절망과 떨칠 수 없는 불안으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인생 나침판이 될 거 같다.
예전에는 스무 살이 넘는 그 순간 어른이 된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개념이 생겨버렸는데, 막상 스무 살이 된 나는 여전히 사춘기처럼 혼란스러웠다. 다른 어른들과 선생님들이 이끌어주는 데로 살아온 내게 갑자기 스스로 시간표를 짜야 하고, 꽤 오랜 시간 적응되지 않았다. 그렇게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태로 대학을 졸업해 버렸고,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돈을 벌고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역사와 문학을 살펴보면, 시대, 문화, 민족을 불문하고 같은 문제로 고민했던 쿼터 라이퍼들의 절절한 기록이 가득하다. 약 1600년 전에 출간된 신학자 겸 철학자 성 아우구스티누수의 고백록은 서양 최초의 자서전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썼다. 열아홉의 나이에 진실과 지혜를 탐색하자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결심한 이후로 지금껏 지나온 긴 시간을 되돌아보며, 나는 굉장히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지금 나는 서른 살인데도 그때와 똑같은 진창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분리
쿼터 라이프 시기에는 과거의 관계를 바꾸고 싶은 자연스러운 발달 욕구가 생긴다. 타인에게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의지하던 습관으로부터 분리하고, 독립성과 개성을 포용하는 새롭고 더 성숙한 관계를 맺으려는 본능적인 욕구다. 하지만 현대의 삶은 이런 본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발전하는 기술 덕에 타인과 연락이 쉬워진 만큼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힘들어지고, 종교는 믿음과 가족에 충실해지길 요구하는 데다가 낮은 임금과 높은 생활비 같은 문제마저 더해져 쿼터 라이프의 근본적인 분리 욕구는 종종 거부당하고 방해받고 좌절된다. 그 결과로 많은 쿼터 라이퍼가 심각한 혼란과 고통을 겪는다.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해야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알아내려면 자기만의 물리적 공간과 정서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과거의 관계를 끊어내는 방법이나 자신의 욕구에 관해 소통하는 방법은 알지 못한다. 애초에 왜 그런 욕구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경청
쿼터 라이프의 두 번째 성장 기둥은 경청이다. 더는 유익하지 않은 관계와 관점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도록 용기와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에 더해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내면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경청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직감, 느낌, 신체 감각, 우연, 침묵, 꿈을 비롯한 온갖 비언어적 정보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문화는 물질적 성공과 세상에 순응하는 삶에 보상을 제공한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성숙해지려면 타고난 개성을 발달시켜야 한다. 모순적일지도 모르겠지만, 개성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적절히 경청할 줄 아는 능력을 통해 연마되는 것이다. 이것이 자아도취라고 성급하게 판단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경청의 목표는 자아도취와 거리가 멀다. 자신의 진실을 직시하려면 불굴의 정직성과 겸허함이 필요하고, 때로는 현실의 안정을 흩어낼지도 모른다.
통합
심리적 성장이 한 권의 책처럼 명쾌하고 직선적인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자신을 창조하는 직업은 지극히 어려울 때가 많으며 복잡하고 순환적이다. 극복했다고 생각한 패턴으로 후퇴하기를 반복하고, 전에 깨달았던 것을 다시 깨닫고는 한다. 그래서 성장의 네 기둥이 기둥이지 단계가 아니다. 분리, 경청, 구축, 이 세 가지 작업은 앞으로 나아갔다가 뒤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이루어지기에 진동, 혹은 직조처럼 느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구축에 너무 깊이 파고들다 가는 무엇이든 바꾸어버리고 싶은 집착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럴 때는 다시 자기 내면을 경청해야 한다. 비슷하게, 자신의 욕망과 필요를 경청하는 것이 너무 혼란스러우면, 친구나 과거의 양육자, 사회의 규율과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분리하는 일에 다시 주의를 기울여 무엇이 혼란을 초래하는 것인지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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