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읽어 볼 생각이지만 읽고 느낀 점을 말하자면 한 인간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 규칙적으로 사는 삶 같은 게 그 예인데 소식을 하고 운동을 하며 자기 일에 충실하게 하루를 보내는 삶. 그것은 사랑의 가장 아래에 있는 필요조건이라고 묘사돼 있다. 육체와 정신을 두루 돌보는 것이 사랑할 자격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행위에 집중하고 머리를 맑게 하는 등 정신 건강은 사실 크게 생각한 적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육체를 관리하는 일만큼 중요하다는 걸 때 달았다.
책을 읽긴 했는데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라며 어리둥절한 마음이 들었다. 쉽게 술술 읽으며 이해가 되는 책은 아니다. 단어와 단어가 만나 문장이 되는 건 모든 책이 같지만 의미를 생각하며 독해해서 문장과 문단 그리고 그 장의 메시지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며 읽는 게 필요했다. 사랑의 기술 이란 책 제목만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사랑의 해설서 같은 느낌을 준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쯤엔 우리가 일생을 고민하며 지내는 사랑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근데 사랑은 공기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인의 사랑, 어머니의 사랑, 자기애 등 우리는 무수한 상황에서 선택할 뿐이다.
인연도 때가 있듯이, 책도 읽히는 때가 있다. 200페이지 남짓한 책이라서 금방 읽겠지 하는 생각은 금세 큰 착각이었던 것으로 판명됐다. 지금껏 독서 모임에서 읽었던 어떤 책 ㄷ보다 진도가 느리게 나갔고, 심지어 읽는 중에 분노가 차오르기도 했다. 아니 무슨 사랑에 관한 책이 이렇게 어려워 그만큼 사랑이 어렵다는 건가 하고 관용을 베풀어야 할 정도로 문장이 난해하다.
1. 사랑을 하는 데에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작가는 이기심과 자기애가 정반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기적인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에 대한 유용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사랑을 할 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이기적인 것이 이기적인 것과 다른 결과를 낳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비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을 위해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자녀들은 오히려 불안해하고 어머니의 비난을 두려워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기적인 것과 비이기적인 어머니가 미치는 영향이 실상은 별로 다르지 않다는 부분에서 공감이 되었고, 순수한 자기애를 가진 어머니의 영향이 자녀들에게 사랑, 기쁨, 행복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되었다.
2. 자기애에 대한 이러한 사상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다음과 같은 말에 가장 잘 요약되어 있다. 만일 그대가 그대 자신을 사랑한다면, 그대는 모든 사람을 그대 자신을 사랑하듯 사랑할 것이다. 그대가 그대 자신보다도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하는 한, 그대는 정녕 그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대 자신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한다면, 그대는 그들을 한 인간으로 사랑할 것이고 이 사람은 신인 동시에 인간이다. 따라서 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서 마찬가지로 다른 모든 사람도 사랑하는 위대하고 올바른 사람이다.
신을 향한 사랑은 몇 가지 단계를 거치는데, 어머니 여신에 대한 무력한 애착이 아버지 남신에 대한 순종적인 애착을 거쳐 신을 자신 속에 흡수해 인간과 신이 일체가 되는 성숙한 단계에 도달하고, 마침내 신이 시적, 상징적인 의미로만 말하는 경지에 도달한다고 한다. 작가는 다음으로 현대 서양 사회에서의 사랑이 왜, 어떻게 붕괴하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자본주의의 특성인 소유와 교환 원리는 인간을 기계의 톱니바퀴 같은 도구로 전락시켰으며, 소비 본위의 사회 흐름은 우리에게 물질적 대상과 정신적 대상 모두를 쉽게 사서 소비해 버리는 것을 권장한다. 이런 사회에서 사랑은 신경증적으로 변질하곤 하는데, 타인에게 자신의 이상을 투영하여 자신을 사랑하도록 조종하는 형태로, 또는 상대를 우상화하여 타인을 섬기다가 혼자 실망하고 새로운 우상을 찾는 행동을 반복한다. 또는 사랑을 영화나 잡지 등에서나 찾으며 감동하지만, 현실에서는 사랑을 외면해버리는 형태도 등장한다. 이외에도 상대방의 단점을 찾아 헐뜯으며 자신의 문제를 외면하거나, 자신의 문제를 자식에게 투사하여 현실의 문제를 가려버리기도 한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랑의 기술에 대한 편리한 지침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실망할 것이다. 사랑은 스스로 도달한 성숙도와는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탐닉할 수 있는 감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 이 책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가장 능동적으로 자신의 퍼스낼리티 전체를 발달시켜 생산적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한, 아무리 사랑하려고 노력해도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이며, 이웃을 사랑하는 능력이 없는 한, 또한 침 된 겸손, 용기, 신념, 훈련이 없는 한, 개인적인 사랑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쳐주려고 한다. 그러나 사랑한다는 것이 어렵다고 해서 이 어려움을 알아보고 사랑에 도달하는 조건들을 알아보는 일조차 삼가여서는 안 된다.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도 사랑이 있고, 형제간에도 사랑이 있다. 신을 경외하는 마음 또한 사랑이며 자신을 사랑하는 것, 타인을 사랑하는 것 또한 사랑이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를 지니지만 우리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할 일을 이루려 한다. 공세적 합일은 미숙한 사랑의 형태인데, 표출되기도 하지만, 그 외의 관계에서도 자식을 억압하거나 부모에게 끌려다니는 형태로 나타난다. 종교적 관계에서는 우상 숭배로 이어진다. 이 관계에서는 어느 한쪽은 개성이 말살된 도구로써 존재한다. 이와 다르게 성숙한 사랑은 자신의 개성을 유지한 상태에서의 합일을 추구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어렵고 힘들다고 하지 않으면 더 성장할 수 없다. 나의 경우 운전이 그것인데, 면허를 따고 나서 두려움에 운전대를 잡지 않으니 가면 갈수록 운전할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사랑도 그런 듯하다. 작가는 사랑에 대해 몇 가지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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