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사람들이 대인관계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거절의 문제이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것이 쉬운 경우는 절대 없다.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은 머릿속으로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친 끝에야 간신히 행동으로 나선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부탁을 거절당하는 순간의 당혹스러움과 부끄러움은 도저히 말로 표현이 되지 않을 정도다. 행여 그런 순간을 맞게 될까 봐 행동으로 나서지 못하고 더욱 시간을 끌면서 시뮬레이션에만 열중하는 경우마저 있다. 물론 우리 주위에는 다른 사람이 뭘 원하는지 전혀 상관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상대방이 그렇게 당당하게 뭔가를 요구하면 이 편에서는 당연하게 들어줘야 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만약 들어주지 못하면 다른 때보다 죄책감도 더 크게 느낀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의 서브 캐릭터 중에는 그런 인물들이 단골로 등장하기도 한다. 대개는 가벼운 코미디로 끝나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늘도 뭔가 중요한 부탁을 할 때는 결코 아무렇게나 하지 않는다. 역시 심각하게 고민하고 갈등한다. 그것을 아는 이상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은 더욱 어렵다. 게다가 누군가의 표현처럼 적에게조차 칭찬을 듣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그러다 보니 더욱 거절하는 것이 힘겹게 느껴진다. 나를 미루어 남을 생각해 봐도 내가 부탁을 거절하면 상대방이 상처를 입을 것이 뻔하니 쉽게 그렇게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동안 이어온 관계가 깨질까 봐 거절을 못 하는 사람 중에는 할 수 있는 한 미적대면서 답변을 늦추는 경우도 많다. 다른 사람이 나의 평판을 나쁘게 말하는 것이 직접적으로 내 귀에 들어오는 경우는 그다지 흔치 않다. 하지만 내가 나에게 화를 내면서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내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이다. 괴로움도 그만큼 크다. 그러니 나는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은 내가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면 상처를 입긴 하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를 부정할 수 있을까? 정말 그렇지 않다. 거절하든 싫은 소리를 하든 중요한 것은 내 기준에 맞추는 것이다. 그것만이 의미를 지니고 또 유용하다. 또 하나, 내가 남의 인생에 해줄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일찍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불필요한 간섭이나 조언은 가장 피해야 할 일의 하나다. 불필요한 간섭이나 조언으로 상대방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왜 자기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걸까?
왜 우리는 책에서 말하는 말처럼 남에게 하듯이 자신에게는 조언할 수 없는 걸까?
우리가 다른 사람의 문제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문제는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내 문제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없다. 배려는 감정의 통제 범위 안에 있다. 그래선지 젊은이들이 모여 있으면 가급적 멀리 돌아가려 하고 이미 친한 사이가 아니면 사람을 사귀는 것을 꺼리게 된다. 사회에 모르는 사이에 벽이 하나둘 쌓이고 두꺼워지고 높아진다. 그러는 사이에 진심은 자꾸 감추어진다. 이제는 나이가 들었다고 어른 행세를 할 처지도 아니다.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행세가 뒷전으로 밀리는 일은 흔하다. 어른의 호통은 오히려 젊은이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자칫하면 험한 말이 오간다. 감정이 통제의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책에서 좋은 사례를 많이 들고 있다. 참지 못하고 자신에게 고통을 준 사람에게 꼭 복수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것이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내게 일어났다는 특수성 때문이다. 즉 남의 인생에서는 일어나도 되지만 내 인생에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늘 말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지독하게 나르시시즘적인 존재다. 이 순간의 나만큼 세상에서 중요한 사람은 없다.
감정도 관리가 필요하다
미국에서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일이다. 미국 정부에서는 생존자들에게 상담 치료를 받도록 조치했다. 생존자들은 평생 트라우마를 겪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남성 중에서는 상담 치료를 거부한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상대방이 설령 의사라 할지라도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한테 드러낸다는 자체가 전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경우에는 주변에서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토록 치명적인 트라우마는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터져 나오게 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상담을 거부하던 사람 중에는 세계 무역센터 자리에서 장례식이 거행되는 것을 텔레비전으로 보고 있다가 갑자기 대성통곡을 터뜨린 일도 있다고 한다. 심리적 문제로 상담받는다는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꾹꾹 억누르기만 해 왔던 감정이 마치 둑이 터지듯이 한꺼번에 터지고 만 것이다. 그리고 천만다행하게도 그런 식으로 감정이 마치 둑이 터지듯이 한꺼번에 터지고 만 것이다. 심리는 정말 중요한 삶의 부분이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 웃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구절도 나온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자기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연애가 불행하게 끝난 사람에게는 세상의 모든 연애가 다 쓰라리고 애달프게 여겨지듯이 건강한 사람은 아픈 사람을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사람을, 상처를 주는 사람은 상처받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겪은 것, 내가 본 것, 내가 들은 것만이 나를 이루는 세상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때로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 정신과 의사가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 투사해 버린 것들을 자기 내면에서 다시 찾는 순간 성장한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고 주장하지만, 어느 순간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것, 따라서 우리는 내가 모르는 생의 이면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심리학 도서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리멘탈을 위한 심리책 (0) | 2023.01.30 |
---|---|
미움받을 용기 (0) | 2023.01.30 |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0) | 2023.01.30 |
나는 나를 바꾸기로 했다. (0) | 2023.01.29 |
내 영혼을 다독이는 관계 심리학 (0) | 2023.01.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