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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도서관

행동의 심리학

by 금수저성장기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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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질서는 집중으로 나타난다

경기하랬더니 영화를 찍은 펜싱 선수가 있다. 2016년 8월 9일 아침, 하계 올림픽이 열린 리우에서 들려온 놀라운 소식 하나가 우리를 열광시켰다. 한국 펜싱팀 막내 스물한 살의 박상영 선수가 에페 종목에서 극적으로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그는 팀에서 가장 어린 선수였고 부상의 슬럼프를 극복하고 국가대표로 어렵게 선발돼 결승전에 오른 것만으로도 자기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평가받았다. 게다가 결승전 상대인 헝가리 임레 게저 선수는 마흔두 살로 세계 랭킹 3위였다. 박상영 입장에서는 까마득한 백전노장이었다. 경기는 3라운드까지 진행됐고 14:10으로 박상영이 지고 있었다. 에페는 동시 찌르기가 되므로 단 1점만 내주면 상대 선수가 우승을 눈앞에 둔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곧 은메달 하나가 추가될 것이라고 편하게 생각하며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역전하기에 불가능한 점수여서 금메달은 바라지도 않았다. 박상영이 역전하려면 마지막 라운드 3분 동안 수비와 동시에 공격까지 성공시키는 승부를 다섯 번 연거푸 성공시켜야 했다. 반면 게저가 한 번만 공격에 성공하면 게임은 끝난다. 올림픽 결승전, 마흔두 살의 게저에게 1점은 식은 죽 먹기였다. 누구도 박상영의 역전을 기대하지 않았던 그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박상영이 완벽한 수비와 공격을 다섯 번 연달아 성공시킨 것이다. 최종 스코어 15:14. 메달의 색깔이 금으로 바뀌었다. 그날 박상영은 스물한 살 나이에 자기 나이의 두 배나 되는 백전노장을 상대로 역전승이라는 기적을 일으켰다. 더욱이 펜싱 에페 종목 첫 금메달을 땀으로써 한국 펜싱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는 어떻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역전승을 할 수 있었을까? 경기 이후 게저는 박상영 선수가 전술을 바꾸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기자는 박상영에게 승리로 이끈 전술이 무엇인지 물었다. 특별한 대답을 기대했으나 그의 말은 다소 식상했다. 그는 다른 전술은 없었습니다.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잖아요. 그래서 즐기려고 한 것뿐입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그의 말속에서 우리는 니체의 선언을 느낄 수 있다. 니체가 말한 어린아이가 그 속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전술이 없었다고 말하며 운동선수들의 최고 로망인 올림픽을 놀이터로 만든 간 큰 약관 청년의 패기는 어린아이의 천 진 함이라고 볼 수 있다. 올림픽을 즐기는 수준은 니체가 말한 어린아이의 정신에서나 들리는 속도의 두 배만큼 빠르게 회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연구실로 돌아온 그는 냅킨에 쓴 방정식을 풀면서 양자역학의 다른 방정식을 도출해 냈다. 훗날 노벨상을 받고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도표들과 수식, 증명, 그 모든 작업은 그때 그 식당의 흔들거리던 접시에서 시작됐지. 아주 작고 시시한 일에서 놀라운 일이 시작된 거야. 박상영과 파인먼의 공통점이 보이는가? 그들은 자기 일을 즐겼다. 그리고 자기 분야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어린아이가 돼 자신의 앞에 놓인 일을 즐길 때 영화보다도 극적인 기적을 만들어내고 식당에서 우연히 노벨상을 받을 연구의 단서를 발견해 낼 수 있다. 무엇인가를 시도할 계획이라면 끝까지 가라. 그렇지 않다면 시작도 하지 마라. 만약 시도할 것이라면 끝까지 가라. 이것은 여자 친구와 아내와 친척과 일자리를 잃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쩌면 너의 마음까지도 끝까지 가라. 나흘 동안 먹지 못할 수도 있고 공원 벤치에 앉아 추위에 떨 수도 있고 감옥에 갇힐 수도 있다. 웃음거리가 되고 조롱당하고 고립될 수 있다. 너는 마침내 너의 인생에 올라타 완벽한 웃음을 웃게 될 것이니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멋진 싸움이다.

 

가장 먼 항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느 날, 나는 굴밥을 먹고 싶어 신선한 굴을 사러 단골 시장을 다시 찾았다. 초겨울 바람이 차가워 따뜻한 커피가 생각났다. 할머니의 커피 손수레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할머니는 안 계시고, 그 자리에 붕어빵을 구워 파는 청년이 있었다. 순간 놀랐다. 건강이 안 좋으시다더니 돌아가셨을까? 걱정됐다. 붕어빵 3천 원어치를 사면서 할머니에 대해 조심스레 묻는다. 청년은 환하게 웃으며 할머니가 자기 큰 이모라고 한다. 그리고 길 건너에 카페를 개업해 자리를 옮기셨다고 했다. 깜짝 놀라 할머니가 저 카페를 인수했다고요?라고 되묻는다. 청년은 자랑스러운 듯 말해준다. 자기 큰 이모가 원래는 부자였는데 사업이 망하고 이모부가 돌아가신 후 폐인처럼 살더니 어느 날부터인가 시장에서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5년 커피를 파시더니 저 가게를 인수했고 커피 수레는 자기가 물려받아 붕어빵을 팔고 있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카페로 달려갔다.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주문받는다. 라테 한 잔을 주문하며 할머니는 안 계시냐고 묻는다. 아, 할머니 지금 수영장 가셨다고 한다. 나는 두 번째 놀랐다. 늘 아프시다고, 류머티즘 때문에 걷기도 힘들다고 하셨는데 70대 중반에 수영장에 다니시다니 놀라웠다. 주문받던 여성은 할머니의 외손녀라고 한다. 제과제빵과 졸업했고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서 할머니를 돕는다고 한다. 할머니도 이제 한시름 놓고 수영장 가셨구나 싶다. 굴을 사서 돌아오는 내내 나는 할머니의 작은 성공이 내 일처럼 기뻤다. 나도 그리될 수 있음을 그녀는 5년을 보며 배운 것이다. 폐지 줍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시작해 5년간 커피를 팔고, 지붕이 있는 가게에서 외손녀와 함께 카페를 운영하게 된 것은 70대 할머니에게는 작은 성공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5년 동안 시장을 지킨 결과다. 젊은 날 누리던 막대한 부는 사라졌지만 몰락 후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산 증인으로 내게 희망을 각인시켜 주셨다. 한 번뿐인 생, 누구도 실패를 계획하지는 않는다.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으려고 살얼음판을 걷듯이 사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모두가 성공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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